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책을 읽었다 : 한잔 술, 한국의 맛 - 이현주 지음

한국 술 체험기/문화&교육

by 주담:) 2020. 3. 17. 19:18

본문

 

 

 

 

 한국술을 공부하기 때문에 한번쯤은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을 뿐, 그 어떠한 목적성도 없었다. 단지, 336p에 해당하는 책 두께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고 적당한 크기의 글자는 호기롭게 책장을 넘기기에 충분했다.


술이라는 것은 조금 마시면 즐거움을 주고 많이 마시면 독이 되는 것이니 건강상의 이점을 유난스레 강조하거나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술독을 열며:11p)

 책을 다 읽고 난 후 머릿속에 남아있던 이야기는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처음에 볼 수 있었던 '머리말'이었다. 막걸리를 소개할때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는' 이나 '발효식품'과 같은 수식어 사용을 종종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몸에 이롭다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술은 결국엔 1급 발암물질 '알코올'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이다. '술은 술이다' 라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술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고 맛 또한 좋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지만 앞서 말한 이유때문에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말이 '비주류에서 주류로'이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주담>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주류>
1. 중심이 되는 집단·경향·단체
2. 술의 종류 

 '비주류에서 주류로'라는 의미는, 한국 술 또한 술이기 때문에 주류에 속한다. 동시에 술은 우리가 겪는 상황속에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비주류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슬플때나 기쁠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와 같은 수많은 상황에서 술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면 다양한 술들의 무리중에서 이왕이면 한국술이 중심이 되어 그 상황을 빛내줬으면 하는 바램을 담고 있다.

 여담(?)이 좀 길어졌지만 결론은 한국술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에 깊은 공감이 되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았나 싶다.


 <한잔 술, 한국의 맛>에는 11가지의 증류주, 12가지의 약주 그리고 5가지의 탁주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단순히 술에 대한 맛을 평가하는 책이 아니다. 각각의 술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와 그 술을 빚고 있는 현시대 양조인들의 삶으로 채워져있다. 그렇다고 정보성만 내세운 딱딱한 책 또한 아니다. 곳곳에 쉼을 줄 수 있는 귀엽고(?) 재밌는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후드득 비라도 떨어지는 날이면 심경 연약한 나는 아주 잠을 못 들고 이리저리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이럴 때는 감홍로에 꿀을 조금 타고 한 배 반만큼의 뜨끈한 물을 넣고 저어서 한 모금씩 아껴 마신다.(24p)

 그 첫번째 요소는 작가의 경험담이다. 전체적인 책의 내용은 객관적인 사실로 이루어져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작가의 주관적인 경험이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다보면 마치 작가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기장을 훔쳐(?) 본다는 건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겠지만, 행사 여신다운 다양한 에피소드와 글에서 묻어나오는 전통주를 대하는 작가의 진심어린 마음은 괜스레 책을 읽는 나의 기분마저 말랑하게 만들기도 했다.

■ 한산소곡주 │ 그 선비가 SKY에 못 간 이유
■ 순향주 │ 강남 엄마, 여주가다
■ 감홍로 │ 토끼야 토끼야 감홍로 줄게, 용궁가자
■ 민속조 │ 안동소주 싱글몰트 좋아하세요? 그럼 이 소주
(한잔 술, 한국의 맛 - 목차 中)

 두 번째 요소는 톡톡 튀는 소제목이다. 목차에 나와있는 총 28개 술 모두에게는 각기 다른 수식어(소제목)가 존재한다. 술을 잘 모를지라도 충분히 흥미가 생길만한 제목들로 독자들에게 기대감과 재미를 주고있다.

■ 상표에 적힌 '소주, 일반증류주, 리큐르'가 궁금해요
■ 이양주, 삼양주, 오양주는 무슨 뜻인가요?
■ 생 막걸리와 살균막거리는 어떻게 다른가요?
(한잔 술, 한국의 맛 - 주당의 질문 中)

 마지막 세 번째 요소는 '주당의 질문'이다. 말 그대로 질문이 있고 질문에 대한 답이 쓰여져 있는 구간이다. 다만 '주당'의 질문이라 그런지 소주, 일반증류주, 삼양주, 살균 막걸리 등과 같이 주당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겐 다소 어려운 단어들이 나온다.


 

 한국 술을 다루는 책이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구나, 꼭 공부를 하기 위해서만 꾸역꾸역 볼 만한 내용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책. 술자리에서 책 읽은 티좀 내고 싶게 만드는 책.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